김건효는 서울에서 태어나 벨기에 왕립미술학교 (Royal Academy of Fine Arts)에서 패션을 공부하였으며, 앤트워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새빌 로(Savile Row)의 정통 테일러들이 만들어내는 남성 복식에 깊이 매료된 김건효는 일찌감치 남성복 디자이너로서의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아방가르드 색채가 짙은 앤트워프 패션의 풍토에서 형식과 전통을 추구하는 그의 이단적인 철학은 가끔 로얄 아카데미 교수진과의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보여준 몇 차례의 패션쇼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점차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그런 그에게 영국 잡지는 앤트워프의 ‘스타 학생(Star Student)’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남성복뿐 아니라 무용 공연을 위한 의상 제작이나 스토리를 담은 사진 작업, 다양한 제품과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재능을 펼쳤습니다. 2007년 졸업 후 벨기에 패션의 제왕 드리스 반 노튼과 일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 Il Galantuomo를 론칭하였고, 2008년 1월 피렌체 피티 워모(Pitti Uomo)와 3월 도쿄 패션 위크를 통하여 국제 무대에 공식 데뷔했습니다.
김건효는 <벌거벗은 임금님>, <형사 가제트>, <셜록 홈즈>처럼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동화적 이미지를 차용하여 이야기하듯 컬렉션을 풀어내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습니다. Il Galantuomo는 이탈리아어로 ‘신사’라는 의미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고전적 의미의 신사들만을 위한 의상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엄격한 테일러 수트의 구조를 미묘하게 분할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위트가 발휘되어 유머 감각 넘치는 젊고 경쾌한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김건효는 볼륨, 비례, 커팅에 대한 거듭된 연구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새로운 미의 기준을 구현했습니다.